경제학 교과서로는 설명이 안 되는 아마존의 독점

자연독점이자 수요독점인 아마존! 그래서 우리는 딜레마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대한 억하심정 때문이라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마존에 대한 공격 가운데 수긍이 가는 대목이 있다. "아마존은 수천 개 소매업체들을 문 닫게 하고 있다", "아마존이 온라인 상거래를 독점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정말 독점인가? 반독점법으로 규제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법적으로는 독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미국의 반독점법은 단순히 시장지배력이 있다고 제재하진 않는다. 소비자 권익이 침해되는지, 기술혁신을 가로막는지 증거가 있어야 한다. 1904년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 1939년 AT&T가 반독점법의 철퇴를 맞은 것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기술상용화를 가로 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심정적으로는 독점이다. 이미 제국을 건설했다고 모두가 생각한다. 그런데 묘한 것은 아마존의 시장지배력이 강화할수록 소비자에게 이득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최저가에 팔고 이틀 만에 세상의 거의 모든 물건을 배송해준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는 연회비 99달러에 2일 배송, 무료 동영상 스트리밍, 무료 전자책 등 근사한 고객경험도 선사한다. 이 때문에 미국 가정의 54%가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됐다. 

그래서 아마존은 심정적으로는 독점인데 왜 불편한지 설명할 수가 없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더 편리해졌다. 독점의 폐해는 소비자 편익의 감소라고 교과서는 가르치는데 아마존은 그 반대이다. 그래서 미국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43%에 달하지만 홀푸드 등 수많은 기업인수에 대해 미 연방정부는 승인을 해주었다.  



독점이 강화할수록 소비자가 좋아지는 역설. 그래서 아마존의 독점은 자연독점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초기 고정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따라올 수 없어 선발주자가 자연스럽게 독점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생산규모가 커질수록 평균비용이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가 발생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된다. 전기(한국전력), 가스(한국가스공사) 등이 단적인 사례이다.   

페이스북 부사장 출신 벤처투자가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3월16일 CNBC 인터뷰에서 “아마존은 적어도 2개 시장에서 자연독점에 가깝다. 하나는 전자상거래이고 다른 하나는 클라우드 서버 시장”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아마존의 독점에는 자연독점 성격이 있다면서 그 이유로 ➀ 소비자 효용이 독점의 크기에 비례해 체증하고 ➁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그 효용이 더 커지는 네트워크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독점에 대한 규제가 아마존 앞에만 서면 무력화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고객이 늘어나자 선제적으로 많은 물류센터를 건설했고, 물류센터가 많아지자 아마존 고객들은 더 빠른 배송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아마존으로 몰렸다. 더 많은 고객이 몰리니 물류 평균비용도 낮아졌다. 이렇게 한 바퀴 한 바퀴 계속 도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데이터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이다. 사용자들이 늘면서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일수록 사용자들은 추천 등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심정적으로는 아마존이 시장을 독점하는 현상이 불편하지만, 구체적으로 왜 불편한지 설명하기가 고약한 것이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안 보이는 문제가 보인다. 소비자의 관점이 아니라 납품공급자의 관점, 나아가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달리 볼 수 있다. 아마존은 수요독점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이 납품공급업자들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누리면서 피해를 전가한다는 이야기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3월28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아마존은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납품업체들을 쥐어짜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준다고 말하지 말라. 독자는 책에 관련된 소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받고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야하지만 아마존은 시장지배력을 내세워 시장의 역할을 가로막는다.

(폴 크루그먼.CNBC.2018.3.28)

아마존 때문에 공급회사들이 피해를 본 사례는 부지지수다. 단적으로 2014년 프랑스 대형출판사 아셰트 사건이다. 아마존은 아셰트에 전자책 가격을 일괄 9.9달러로 낮추고 수익배분을 상향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아셰트가 출간한 종이책 5천종을 판매 중단하고 책 배송을 기존 2일에서 4~5주로 지연시켰다.  

출판업계에선 ‘아마존, 멈추라(Stop, Amazon)’라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아마존은 “소비자를 위해서”라는 논리로 반박했다. 아마존은 “평균 14.99달러인 전자책을 9.99달러에 판매하면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판매가 늘어 출판사와 작가들의 수익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인터넷매체 살롱은 “미국 반독점법이 소비자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아마존이 법적으로는 독점기업이 아닐 수 있지만, 아마존의 독점적 비즈니스 때문에 출판· 문화 분야가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판·문화 분야의 고통은 곧 시장의 다양성이 상실됨을 의미하고 공급업체의 피해는 다시 노동공급자인 가계의 피해를 의미한다. 


정리하면 아마존은 자연독점이기도 하고 수요독점이기도 하다. 소비자로서는 좋지만 노동공급자, 시민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과연 이런 미스매치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수십 년 간 실리콘밸리의 흥망성쇠를 지켜보고 2017년 은퇴한 저명 IT칼럼니스트 월트 모스버그가 마지막을 남긴 말은 “(테크 거인들의 독과점은)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다. 그게 언제인지 알지 못할 뿐이다(But it will end one day. I just don’t know when)”였다. 

페이스북의 데이터 스캔들이 딱 이 경우인지 모른다. 이용자로서는 페이스북의 거대화가 반가울지 몰라도 시민으로서는 페이스북의 데이터 스캔들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베스트클릭

상단 이동 뒤로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