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잠수함의 함정이 쓴 책을 보니 이런 내용이 나온다. 새로운 함정의 함장으로 부임한 저자는 소령에게 이런 지시를 한다. “EPM의 가동 속도를 전속력의 3분의 2로 높이세요.” 이에 소령은 조타수에게 "3분의 2의 속도로"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다. 조타수는 당황하고 의자에 앉아 머뭇거리기만 한 것이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어색한 분위기로 몇 초가 흐른 후 함장은 조타수에게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그러자 조타수는 "함장님, EPM에는 3분의 2라는 속도 설정치가 없습니다." 함장이 경험한 과거의 함정에는 설정이 가능했지만 새 함정에는 그러한 설정치가 없었던 것이다.

함장은 소령을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물었다. "EPM의 3분의 2 속도 설정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그러자 소령은 "네 알고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함장은 깜짝 놀라 물었다. " 그럼 왜 그대로 지시했나요?" 그러자 소령은 이렇게 대답한다. "함장님의 명령이니까요."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그는 이 사건을 통해 상명하복의 문화에서 리더가 잘못 판단하면 모두가 낭떠러지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그는 자신이 명령을 내리기 전에 구성원들이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도록 했다고 한다.

2012년 이탈리아의 크루즈선 하나가 섬 인근에서 좌초되었다. 함장이 섬 가까이 쪽으로 항로를 변경하라는 명령을 내렸던 탓이다. 그런데 부함장, 당직사관, 조타수는 그 명령이 잘못된 것인 줄 알았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1997년 대한항공의 추락도 동일한 상황이었다. 기장이 잘못 판단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부기장은 아무 이견을 말하지 않았고 결국 추락해서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많은 경우 리더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구성원들은 그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충성심'으로 착각한다. 이러한 방식은 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시킬 수도 있지만 큰 위험이 있다.

첫째, 구성원들은 생각을 하지 않게 되며 둘째, 리더의 잘못된 의사결정은 일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으며 셋째, 구성원들의 능력과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 그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하는 것,
이것은 때로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조직을 건강하게 하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