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연예인 부부가 자신들의 이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한 내용을 보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서로가 이혼 사유라고 생각하는 바가 달랐다. 남편은 자신이 남에게 돈을 잘못 빌려준 것이 이유라 여겼다. 그런데 부인은 흥미로운 말을 했다.

"냉면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과 냉면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도착하니 남편은 혼자서 먼저 먹고 있었다. 내가 주문하니 남편은 '난 다 먹었고 보는 건 지루하니 먼저 가겠다'며 자리를 떴다. 남편은 늘 이런 식이었다. 그 순간 그동안 쌓였던 것이 폭발해 이혼을 실행했다."

나도 오랜 기간 기업이나 단체의 리더 생활을 하면서 관찰하고 파악한 것이 하나 있다. 구성원들이 대의명분이나 비전, 철학 때문에 조직을 떠나는 경우는 의외로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고 표면적으로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소한 마음 상함이 누적돼서 그러한 경우가 많다.

작은 소외, 일에서 드러나지 않는 소소한 무례와 무시, 서운함, 고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인정해주지 않는 것, 작은 책임회피, 작은 거짓말. 이런 것들이 몇 차례 누적되었다가 어느 순간 어떤 사건이 '트리거(triggering)'될 때 떠나거나, 적이 된다.

그런데 대개 리더들은 이를 잘 모른다. 지금까지 그렇게 신경 써주고 잘 대해주었는데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하거나 회사에 대한 철학이 달라서 혹은 돈 때문에 그러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리더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고백하자면 나도 가끔 그러했다.


리더들에게 '공감 능력'과 '자기 성찰'이 필요한 이유이다. 신뢰란 대개 '사소한 것'에서 쌓이고, '사소한 것'으로부터 잃는 법이다.

"고생하는 것 알고 있어" "정말 힘들었겠네" "와, 대단하다" "내가 이래서 미안하다." 이러한 사소한 인정, 작은 격려와 배려, 솔직한 사과 표현, 이해되는 설명, 어려울 때 책임져주는 것. 이런 것들이 쌓이면 큰 어려움이 있어도 구성원들은 떠나는 것을 주저할 것이고, 설령 다른 이유로 떠나더라도 여전히 리더를 존경하고 도우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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