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떤 분과 대화하는데 이런 말을 한다. "A사의 B는 과거 같은 업계의 같은 팀장이어서 저와 친했습니다. 자주 대화도 하고 운동도 했죠. 그런데 그분이 맡은 사업으로 계열사 사장이 되고 IPO를 하고 큰돈을 만지고 유명해지게 되더니 저와 만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레벨이 달라졌다는 것이죠. 높아지면 다들 변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높아지면 사람은 변할까? 뇌과학에 의하면 '변한다'가 맞다. ‘승자의 뇌’라는 책을 쓴 뇌신경 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은 이렇게 말한다.

"성공하면 사람이 변한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이다. 권력을 잡게 되면 호르몬을 분출시키고 이것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출을 촉진해 보상 네트워크를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을 더 과감하고, 모든 일에 긍정적이며,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게 한다. 또한, 권력은 코카인과 같은 작용을 한다. 중독된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오만하게 만든다. 권력은 시야를 좁게 만든다. 권력은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나를 바라보기 어렵게 만든다. 권력자의 자아는 개와 같다."

권력이 많아지면 기본적으로 오만하게 변한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자신을 타인과 구별한다. 급이 안되는 사람들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 물론, 점점 바빠지기에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만날 여유도 없다.
 

그래서 존경받던 교수, 언론인, 순수해 보였던 회사원, 작은 벤처 대표가 성공하고 유명해지거나 정치 권력을 잡는 경우 오만해지고 얼굴 모습조차 바뀌는 경우도 흔하다. 맑고 깨끗한 얼굴이 아집과 욕망의 얼굴로 바뀌기도 한다. 누구든 권력의 위치에 오르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높은 위치에 오르는데도 겸손과 공감을 유지할 수 있는 분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뇌의 자동적 반응을 극복한 사람이니 정말 인격자라고 할 수 있다. 산속에 홀로 살며 득도하는 것보다 세상 속에 뒹굴고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겸손하기가 수천 배 더 어렵다.

진정한 승자는 자신의 위치가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이러한 것을 인식한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자신 안에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나운 개가 날뛴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한다. 이를 길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오만함을 다스린다.

당신이 리더이고 높은 위치에 있다면, 자아에 도취되어 살 것인가? 자아를 길들이며 살 것인가? 이 또한 자신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