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께 호되게 혼난 적이 있다. 어느 날인가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회장님이었다. ‘신라호텔 빵 맛이 그게 뭐냐? 그게 빵이냐?’라고 마구 야단을 치셨다. 그러더니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시더라. 나는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캐나다 밀가루를 쓰고, 발효 등 공정과정, 수증기의 양, 굽기 온도, 에이징(aging) 등을 깊이 관찰하겠습니다. 직원들을 프랑스나 일본으로 연수를 보내서 품질을 높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회장님께서 ‘엉뚱한 답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지금 내가 기다릴 테니 답을 찾아보라’고 하시더라. 정말로 1분 이상 전화를 안 끊고, 아무 말없이 계시더라. 나는 계속 멍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번쩍하고 생각이 났다. ‘유능한 기술자를 스카우트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니까 그제야 회장님께서 ‘왜 알면서도 못하느냐’고 하시더라.”
어떤 조직이 약한 분야의 품질이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그 분야 최고 전문가를 모셔오는 것이다. 그런데 리더가 이런 방식을 활용하여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필요하다.
① 누가 진짜 유능한 전문가인지 찾아야 한다. 불행히도 진짜 유능한 사람과 유능하다고 알려진 사람 간의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핵심은 레퍼런스 체크다.
② 유능한 사람을 전문가가 아닌 리더로 채용한다면 또 다른 고려가 필요하다. 훌륭한 전문가와 리더 역할은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잘 알지만, 그것으로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후자는 리더의 역할이다. 훌륭한 전문가를 리더로 모셨는데 변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③ 최고 전문가는 일반적인 채용 프로세스로는 얻기 힘들다. 유능한 사람은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자신의 이력서를 헤드헌터들에게 먼저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회사는 최고 전문가를 영입할 때 삼고초려를 해야 한다. 경영자들이 직접 찾아가고 비전을 설명해주어 그가 옮길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④ 최고 전문가가 입사한 후 회사의 문화에 적응하면서 마음껏 자신의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자율과 권한을 주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영입한 전문가들이 새로운 조직구조와 문화, 정치 속에서 자원과 권한이 제한되어 실력 발휘를 못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⑤ 기존의 인력들을 최고 전문가와 같이 일하게 하여 그 전문가의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간혹, 최고 전문가의 노하우가 기존의 조직에 심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최고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은 그가 스스로 전문성을 발휘하게 하는 이유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전문성이 내부 조직에 전파되고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인력들의 수준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최고 전문가가 퇴사한 후에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최고 전문가가 몇 년 근무하지 않더라도 그 노하우가 조직에 남아있다면 그 전문가를 영입한 효과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외부의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은 조직의 역량을 급격히 향상할 수 있는 매우 뛰어난 방법이지만, 위의 사항을 실천하지 않으면 실패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