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대기업 총수가 증인으로 나선 6일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대부분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 "제가 부족하다" 로 일관했지만 국회 청문회장에서만 볼 수 있는 어록들도 등장했다.

“당신은 재벌 아니잖아”

안민석 의원(더민주) : 여기 나와 계신 대기업 총수 분들께 공통적으로 묻겠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대규모 촛불집회를 해오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증인들 중에서 촛불집회 나가보신 분이 있습니까? 한번 손들어 보십시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혼자 번쩍 손을 들자

안민석 의원 : 당신은 재벌 아니잖아요.

“대통령 머리로는~”

안민석 의원: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적 있습니까? 몇 분 만났습니까?

이재용 부회장 : 30~40분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활동을 더 열심히 해 달라는 말씀을 제일 처음 하셨고요.

안민석 의원: 대통령의 머리로는 창조경제에 대해 30~40분 동안 이야기할 만한 그런 지식이 없으세요. 무슨 얘기 했습니까?

“그렇게 답하면 삼성 낙방입니다”

김한정 의원(더민주):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습니까?

이재용 부회장 : 저는 기관투자자 몇 분 뵌 것을 말고는 크게 한 일이 없습니다. 제 시간의 95% 이상을 전자에 쓰고 있습니다.

김한정 의원 : 그런 식으로 답변하면 삼성 그룹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을 겁니다. 낙방할 것 같습니다.

"재벌이 조폭 같아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부정적 리포트를 잇달아 냈다가 한화그룹과 삼성 측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주진형 한화증권 전 사장.

손혜원 의원(더민주) : 그런 압박을 받았던 이유가 뭐였다고 생각하느냐

주진형 전 사장 : 우리나라 재벌들이 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일종의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똑같아서 일단 누구라도 한 마디 말을 거역하면 그것을 확실하게 응징해야 다른 사람들이 말을 따라간다는 논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회장님들 빨리 집에 보내주세요”

여당 간사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청문회 도중 김성태 위원장에게 한 장의 쪽지를 전달한다.

'정몽구(현대차그룹), 손경식(CJ그룹), 김승연(한화그룹) 세 분은 건강진단서 고령 병력으로 오래 계시기에 매우 힘들다고 사전 의견서를 보내왔고 지금 앉아 계시는 분 모습을 보니 매우 걱정됩니다. 오후 첫 질의에서 세 분 회장 증인에게 질문하실 분 먼저하고 일찍 보내주시는 배려를 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모르고, 부족한 게 많다면” 

박영선 의원(더민주) : 국민 의견을 받았는데, 모르는 게 많고, 부족한 게 많고, 죄송한 게 많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을 하는 것 보다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재용 부회장 : 저보다 훌륭한 분이 있으면 경영권을 넘기겠다.

박영선 의원: 언제 넘길 거냐?

이재용 부회장 : 언제든지 넘기겠다.

"광고로 언론사 압박 않겠습니다"

하태경 의원(새누리당) : 왜 '삼성공화국'이라고 말하는지 생각해보세요. 건설적으로 비판하는 기사가 있을 때 차단하려고 하는 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 북한 같은 겁니다.

이재용 부회장: 다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태경 의원: 구시대의 유산을 없애야 합니다. 광고비를 통한 언론사 압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세요.

이재용: 가하지 않겠습니다.

"이재용씨 부회장입니까, 회장입니까?"

이용주 의원(국민의당): 삼성전자 지금 이재용씨 부회장입니까, 회장입니까?

이재용 부회장: 부회장입니다.

이용주 의원: 회장은 지금 누군가요?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부회장: 이사회 의장을 하고 계신 분은 있고 삼성전자 회장은 없습니다.

"전경련 해체 반대, 손 들어보세요"

안민석 의원: 아홉 분께 동시에 물어볼게요.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시는 회장님들 손 한번 들어보세요.

(신동빈 롯데 회장이 먼저 손을 들자)

안민석 의원: 롯데 한명이십니까?

이후 구본무 회장, 김승연 회장, 허창수 회장, 조양호 회장, 정몽구 회장이 잇따라 손을 들었다.

이후 이어진 의원들의 질문에 이재용 부회장, 정몽구 회장, 최태원 회장, 구본무 회장은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사랑을 받았다"

박범계 의원(더민주) : 서울 구치소가 증인으로써는 멀리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이번 의혹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 하십시오.

최태원 회장 : 네. 가능하면 제가 할 수 있는 한 선친의 명예가 더렵혀지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범계 의원 : 유독 박근혜 대통령의 사랑을 받은 느낌입니다. 징역 4년을 받고 그 중에 한 2년 6개월 정도를 사면 받았습니다. 복권도 받았습니다. 그 이후 박근혜 대통령 동행도 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도 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칭찬도 했습니다.

최태원 회장 : 창조경제, 정부에서 하는 사업에 적극 호응하는 것이 저로서는 가능한 한 나라경제에 (도움이)…

“300억이 껌값입니까?” 

이재용 부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 딸 정유라의 승마 지원에 300억원이 넘는 돈을 출연한 것과 관련 '보고 받은 게 없다', '기억이 없다'고 일관하자

안민석 의원 : 300억 원이 껌 값입니까? 정유라 말 구입비 등으로 보고도 없이 이런 거액 결제가 가능합니까?

이재용 부회장 : 나중에 들어보니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지금 검찰 조사 중입니다.

"나이 50도 안된 사람이"

안민석 의원: 이재용 부회장. 나이 어떻게 됐습니까?

이재용 부회장: 1968년생 입니다.

안민석 의원: 평소에도 남이 질문하면 동문서답 하는 게 버릇입니까?

이재용 부회장: 성실하게 답변하겠습니다.

(검찰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자)

안민석 의원: 아직 50도 안된 사람이 어른들 앞에서 조롱하는 듯한 발언하면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