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Fli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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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새로운 수출 유망품목을 창출하기 해야 한다”면서 인용한 ‘좋은 쥐덫’ 이야기가 논란이다. 

‘좋은 쥐덫’처럼 우수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로 쥐덫을 인용했지만 경영학에서는 정 반대의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예쁜 쥐덫 

박 대통령은 먼저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쓴 글을 인용했다.

“만약에 당신이 더 좋은 책을 쓰고, 더 좋은 설교를 하고, 더 좋은 쥐덫을 만든다면 당신이 외딴 숲 속 한가운데 집을 짓고 산다 하더라도 세상 사람들은 당신의 집 문 앞까지 반들반들하게 길을 다져놓을 것이다.”

그러면서 '좋은 쥐덫'의 성공사례로 미국 쥐덫 회사인 울워스를 소개했다.

“미국의 울워스라는 쥐덫 회사가 있는데 여기서 만든 쥐덫은 한 번 걸린 쥐는 절대로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고, 또 예쁜 모양의 위생적 플라스틱 쥐덫으로 만들어 발전을 시켰다. 이런 정신은 우리가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다고 본다.”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에 힘쓰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경영학에서의 쥐덫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좋은 쥐덫’의 오류 

눅과 킨들 파이어/사진=눅 홈페이지, 아마존 홈페이지
눅과 킨들 파이어/사진=눅 홈페이지, 아마존 홈페이지

경영학에서는 울워스의 쥐덫을 고객의 니즈를 무시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으며 '더 나은 쥐덫의 오류'(better mousetrap fallacy)라고 명명했다. 

앤드류 하가돈 UC 데이비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기업이 혁신을 이루는 방법>에서 '쥐덫의 오류'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미국에서 쥐덫을 가장 많이 판매하던 울워스는 1928년 플라스틱 쥐덫 '리틀 챔프'를 개발했다. 다른 경쟁사들의 기존 나무 쥐덫보다 모양도 더 좋았고 쥐도 잘 잡히며 위생적이었다. 가격도 구형 제품 보다 약간 비싼 정도였다.

그런데 이 '더 좋은 쥐덫'은 처음에는 잘 팔렸지만 금세 매출이 떨어지더니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유를 분석해보니 고객들은 좋은 쥐덫은 그냥 버리기에 너무 예쁘고 아까워서 재사용했다. 그런데 죽은 쥐를 꺼내서 쥐덫을 세척한 뒤 다시 사용하는 과정이 불쾌하고 귀찮아졌고 고객들은 점점 구형 쥐덫을 사용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울워스의 사장인 체스터 울워스는 "에머슨이 철학자였기에 망정이지 기업의 사장이었다면 큰일 났을 것이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아무리 우수한 제품도 고객의 심리와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좋은 쥐덫'은 신사업 망치는 바이러스

심지어 '좋은 쥐덫'이 신사업 발전의 방해요소라는 지적도.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지난 5월 '신사업 망치는 15가지 바이러스를 피하려면'이라는 제목의 홈페이지 기고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당시 미국에는 쥐덫 회사들이 많았고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쥐덫 특허만 4400건에 달했다. 쥐덫 회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매달렸겠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 쥐덫의 재질이나 기능 차이에 그다지 민감했을 것 같지는 않다.

특출한 비즈니스 모델이나 마케팅 없이도 제품만 좋으면 알아서 잘 팔릴 것이라는 제품 중심적 사고는 신사업의 발목을 잡는다. 일명 ‘좋은 마우스 트랩(Better mousetrap)’ 바이러스다. 아무리 좋은 신제품을 개발해도 시장에서의 성공은 다른 얘기다. 소비자들의 안목이 제품의 가치를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고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에 록인되는 경우도 많다.


‘좋은 쥐덫’의 대표사례 눅(Nook)
울워스가 1928년 개발한 쥐덫 리틀챔프/사진=이베이 닷컴
울워스가 1928년 개발한 쥐덫 리틀챔프/사진=이베이 닷컴
포브스는 ‘왜 더 좋은 쥐덫은 작동하지 않는가?’라는 기사에서 반스앤노블의 전자책 눅의 실패를 사례로 들었다.

“옛날에는 당신이 경쟁자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더 좋은 제품으로는 충분치 않다” .

대표적인 예가 e북 리더 눅이다. 2011년 컨슈머리포트의 조사에 따르면 가장 좋은 이북 리더는 눅이었다. 눅은 킨들에 비해 모든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똑똑한 고객들은 e북을 사용하기 더 편리한 앱 생태계를 갖춘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를 택했다. 고객들이 e북 리더기의 가치를 하드웨어 제품이 아니라 기기를 이용해 무엇을 읽고 즐기고 볼 수 있는지 사용자 경험을 중심에 놓고 평가했다는 의미다.

비록 하드웨어 제품 자체로만 보면 눅이 가장 뛰어났지만 말이다.
(포브스.2014.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