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임차인들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서류가 있다. 바로 부동산등기부등본이다. 부동산등기부등본은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 설정 여부를 알려준다.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다는 것은 건물주가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는 의미다. 건물주가 빚을 갚지 못하면 임차인이 보증금을 떼일 수도 있다. 임차인은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주석은 회사의 위기 상황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부동산등기부등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재무제표다. 2013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동양 사태’를 떠올려보자. 동양그룹은 일반인을 상대로 고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대량으로 발행하던 중 2013년 9월 30일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이 결과 동양그룹의 회사채와 CP는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고 이로 인해 개인 피해자가 수만 명에 이르렀다. 그런데 2012년 주식회사 동양의 연결주석에는 다음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오랜 기간 사업을 통해 돈을 잘 버는 것이 영리회사의 존재 이유다. 그래서 재무제표는 회사가 사업을 계속한다는 가정하에 작성된다. 이것을 ‘계속기업가정’이라고 한다. 계속기업가정에 의문이 있다는 것은 회사가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위의 주석은 ‘회사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경고하고 있었던 셈이다. 재무제표가 이렇게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으니, 아무리 고율의 이자를 지급한다고 한들 금융권에서 회사에 대출을 해줄리 만무했다. 결국 일반인을 상대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 외에는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당시 채권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이 주석은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 등 다른 재무제표에 표시되지는 않지만 회사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또한 주석은 다른 재무제표에 표시된 항목에 대한 보충 설명과 세부 내역, 기타 유용한 추가정보 등을 담고 있다.

주석은 다른 재무제표와는 달리 일반 보고서처럼 평범하게 생겼다. 그래서 책 읽듯 보이는 그대로 읽기만 하면 된다. 다만, 주석은 재무제표 중에서 가장 양이 많은데 그것을 다 읽을 필요는 없다. 필요한 정보만 쏙쏙 찾아서 확인하면 된다. 이때 주석의 기본 구조를 알고 있으면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각 재무제표 특정 항목의 세부 내역을 확인하고 싶을 때는 재무제표의 ‘주석 번호’를 활용해 보자. 주석 번호는 다른 재무제표들과 주석을 연결해주는 번호다. 주석의 해당 번호에는 다른 재무제표에서 확인하고 싶었던 항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보충 자료의 느낌이 강해서 인지 재무제표를 읽을 때 주석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주석은 회사와 관련한 중요한 내용을 가득 담고 있는 정보의 보고다. 얼마나 중요하면 다른 재무제표와 함께 ‘재무제표’로 선정되었겠는가. 주석, 절대로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