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은 왜 땅으로 떨어지는가?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 질문을 하면 당연히 “돌이 무거우니까 땅에 떨어진다”라고 답한다. 그러나 과학을 아는 사람은 이렇게 답하지 않는다. “지구와 돌 사이의 힘(중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현상을 해석할 때 '돌(특정 사건 또는 사람)'에 초점을 둔다. 거기서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돌이 무거우니까 떨어지는 것 아니냐? 그러니 돌이 아닌 솜으로 바꾸자”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떨어지는 시간이 조금 느릴 뿐 결국 떨어진다. 근본적인 변화는 그것을 만드는 힘(환경, 시스템)을 파악해서 바꾸어야 가능하다.

'미니멀 사고'라는 개념이 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사람에게서 해결책을 찾지 말고 시스템에서 해결책을 찾는다‘라는 것이다.

많은 리더가 사람에게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이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실수를 자꾸 범하니 실수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 보안 위반을 되풀이하니 인식을 바꿔야 한다. 미세먼지가 많으니 공장에 매연을 내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런 대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교육도 중요하고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을 중심으로 삼는 대책은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 더 중요한 대책은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위의 예에서는 실수를 최소화하는 인터페이스, 보안 위반을 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매연 배출을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지속 가능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부경복 변호사는 '부패 전쟁'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따라서 부패를 범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이벤트성 적발 및 처벌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부패가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 부패하면 큰 손실이 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커닝을 많이 하지만 서구 대학생들은 커닝을 잘 하지 않는다. 미국 학생들이 더 도덕적이어서 인가? 아니다. 커닝하던 한국 학생도 미국 가면 하지 않는다. 표절도, 부패도 유사하다. 서구인이 도덕심이 더 뛰어나고 인식이 높아서 안 하는 게 아니다. 벌칙 시스템이 엄청나서 안 하는 것뿐이다. 개인의 도덕심에 호소하고 인식 교육을 하고 해당 개인을 비난해봤자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리처드 탈러의 '넛지'에 이런 사례가 있다. 자발적 장기기증의 비율이 매우 낮은데 한 나라만 유독 높았다. 그 나라 국민의 도덕심이 매우 뛰어난 줄 알았는데 추적해보니 다른 나라들은 의사를 밝혀야 장기기증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그 나라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장기기증이 디폴트로 되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바로 시스템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도덕심이나 인식에 호소하여 행동을 바꾸려 한다면 쉽지도, 지속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리더들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행동을 유도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