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달라졌다. “침묵은 공모”라는 미 CEO들

사회 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기업의 불문율이었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환경을 파괴하며 녹지를 개발하려 하자 ‘악마’라고 비난한 파타고니아는 정말 예외적인 사례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AT&T, 구글의 수장들은 물론 심지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까지 “인종차별에 침묵해선 안 된다”며 트럼프를 비판하고 있다. ‘CEO 행동주의(CEO activism)’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5월 30일(현지시간) 구글 메인 화면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직시해야 하고 미국의 분열된 단면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검은 리본과 함께 ‘우리는 인종 평등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구글 첫 화면을 캡처해 트위터 계정에 올리며 "분노와 애통함, 두려움을 느끼는 이는 당신뿐만이 아니다"고 적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역시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모든 걸 바꿔야 한다"며 "MS는 낡은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트위터가 트럼프의 트윗에 경고와 함께 원문을 가린 데 이어 스냅챗 역시 트럼프 계정을 상위 노출하지 않겠다면서 “우리는 인종 폭력과 불의를 키우는 목소리를 증폭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키 영상 캡처

아예 캠페인을 만들어 인종차별 반대와 트럼프 비판에 나선 기업도 있다. 나이키는 대표 슬로건인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돈 두 잇’(Don’t do it)으로 바꿔 캠페인 영상을 만들었다.화면에는 “단 한 번이라도 하지 마라(Don’t do it)” “미국에 아무 문제가 없는 척하지 마라”, “인종차별에 등 돌리지 마라” 등의 문구가 나온다. 영상은 트위터에서 무려 722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경쟁사인 아디다스조차 이 영상을 공유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 함께 변화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회사도 있다. 유튜브 최고사업책임자(CBO)인 로버트 카인클은 1,200여 명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지난 2일 하루 동안 회사 시스템에 접속하지 않아도 된다며 “인종 차별을 없애는 일에 집중하라”며 시위 동참을 독려했다. 또 넷플릭스는 트위터 계정에 "침묵하는 것은 공모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고 유니버설 뮤직, 소니 뮤직, 워너 레코즈 등 대형 음반사들도 지난 2일을 '블랙아웃 화요일'(Blackout Tuesday)로 명명하고 하루 동안 업무를 중단하기도 했다. 

2017년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반(反)트럼프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 /사진=afp

이처럼 서부의 IT 회사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비판에 주저하지 않는 것은 이들 회사에 이민자들이 많고 이들의 성향이 진보적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자 마크 안데르센은 “실리콘밸리는 부자 동네라서 공화당원이 많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은 정반대”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캘리포니아의 힐러리 지지율은 61.5%였다.

그리고 또 하나 이유는 고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소비의 주축으로 등장한 밀레니얼세대(22~37세)와 Z세대(18~21세)는 정의와 사회 참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소비에 있어서도 가치 소비와 윤리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이윤보다 환경을 중시하는 파타고니아에 이들 세대가 열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젊은 미국인일수록 기업의 사회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사회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기존의 불문율을 깨고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미국 경제를 IT 대기업들이 주도하게 됐다는 것, 그리고 고객이 달라졌다는 것 때문이다. 고객과 직원들이 정의와 가치를 중시하게 되면서 기업도 따라가게 됐다.

그래서 기업이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 칼럼에서 “인종차별은 해결돼야 하며 이는 정의의 문제”라는 AT&T의 랜달 스티븐슨 회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비즈니스 리더들이 정치 개혁을 주도하는 정치인들에게 힘을 실어줘 미국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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