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글에 ‘경고’ 날린 잭 도시, ‘정보’라는 저커버그


지난달 25일 경찰에 희생된 흑인 남성을 추모하는 시위가 폭력 사태로 가열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폭도’(THUGS)라 표현하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포스팅을 올렸다. 


“무능한 급진 좌파인 미니애폴리스 시장이 도시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내가 주 방위군을 보내 상황을 바로잡겠다.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 이 포스팅에 대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대응은 180도 달랐다. 



1. 공개적으로 ‘경고’ 날린 트위터의 잭 도시


트위터는 트럼프의 트윗에 ‘폭력 미화 행위에 관한 트위터 운영 원칙을 위반했다’는 경고 문구와 함께 원문을 가려버렸다. ‘보기’를 클릭해야만 원문을 볼 수 있다.

  

트럼프로선 트위터의 배신이다. 무려 8,0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고 매일 올리는 트윗 수만 11~12개. ‘군 최고사령관’(Commander-in-Chief)에 빗대 ‘트위터 최고사령관’(Twitter-in-Chief)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트위터의 최고 고객이다. 


트위터 입장에서도 트럼프 같은 고객을 잃는 건 손실이다. 그런데도 이런 조치를 한 것은 잭 도시 CEO의 철학 때문이다. 


① 예상되는 피해가 크다면 관리돼야 한다.


잭 도시는 이번 조치에 대한 트위터 공식 입장을 리트윗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첫 번째 이유는 편견으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면 조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위터는 공식계정을 통해 “우리가 모든 트윗의 진위를 가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트윗으로 예상되는 피해가 큰 경우 우선순위를 매겨 조치한다. 이때 트윗의 도달 범위와 내용의 심각성 등이 고려된다”고 밝혔다.


② 논란이 있는 정보는 지적돼야 한다.

 

트위터는 지난달 26일 “우편투표는 사기(fraudulent)”라고 주장하는 트럼프의 트윗에도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팩트체크 경고문을 달았다. 트윗 밑에 적힌 '우편투표에 대한 팩트를 확인하세요(Get the facts about mail-in ballots)'를 클릭하면 트위터가 만든 팩트체크 페이지로 이동한다. 페이지에서는 트럼프의 트윗이 팩트체크 대상이 된 이유와 함께 우편투표에 대한 유력 언론사의 기사와 전문가 트윗을 소개했다.


이와 관련 잭 도시는 이틀 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앞으로도 선거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보를 지적할 것이다. 우리가 '진실의 결정권자'(arbiter of truth)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상반되고 충돌하는 정보를 연결해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③ 돈(광고) 때문에 타협해선 안 된다. 


잭 도시는 정치 게시물의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할 때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1월부터 트위터에 정치 광고를 금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잭 도시는 당시 트위터에 “정치 광고는 고도로 최적화된 메시지를 줌으로써 정치적 선택 과정을 없애는 등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며 “돈 때문에 타협해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올렸다. 그러면서 “정치적 메시지는 사는 게 아니라 일궈내야 하는 것(should be earned, not bought)이다”고 덧붙였다.



2.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저커버그

 

트럼프는 문제가 된 트윗을 20여 분 후에 페이스북에도 올렸는데 마크 저커버그의 대응은 달랐다.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① 즉각적 피해가 없는 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


저커버그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데 대해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과 분노를 조장하는 글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다”면서도 “나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플랫폼의 리더로서 행동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대통령의 글을 놔뒀다는 사실에 화가 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표현이 즉각적인 위험이나 피해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② 대통령의 글은 정보로써 가치가 있다.  


저커버그는 또 트럼프의 글이 대통령의 입장으로써 갖는 중요성도 강조했다. 트위터처럼 내용을 가리거나 삭제한다면 사람들이 오히려 중요한 정보를 놓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커버그는 “대통령은 글에서 '주 방위군'을 언급했고 이는 일종의 경고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대통령이 이후 포스팅을 통해 가능성에 대한 경고였을 뿐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폭력성에 관한 정책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③ 플랫폼이 '진실의 결정권자'가 되어선 안 된다.


트위터가 트럼프의 우편투표 의혹 트윗을 조치했을 때도 저커버그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저커버그는 “우리는 트위터와는 다른 입장이다. 나는 페이스북이 온라인에서 주고받는 이야기에 대한 '진실의 결정권자'(arbiter of truth)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사기업, 그중에서도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곳이야말로 그런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다른 행보에 대해 보수 진영은 트위터가 “보수를 침묵하게 한다”고 지적하고 진보 진영은 페이스북이 “정권의 눈치를 본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내부에서조차 저커버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400여 명 직원이 저커버그를 비판하며 근무를 거부하자 저커버그는 이들과 화상회의를 갖기도 했다. 직원들은 트럼프의 글에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지만 저커버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엔지니어는 "페이스북이 잘못된 역사로 기록되길 선택했다"며 퇴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플랫폼이 정치적 편향의 유통과 확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쟁이 잭 도시와 저커버그의 대리전을 통해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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