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모 기업 임원이 나에게 “외부에서 잘 나간다고 하는 전문가들을 엄청난 조건을 제시해서 사업 부서장으로 영입했는데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 참 이상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많은 기업이 자주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전문가'를 '리더'로, 특히 '사업 리더'로 세우는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는 당연히 그 분야의 조직을 잘 리딩하고, 해당 사업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큰 조직을 맡기고 사업을 맡긴다. 그러나 대개 실패한다. '그 사람 진짜 전문가야?' 또는 '전문가도 별수 없네'라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훌륭한 전문가와 훌륭한 리더, 훌륭한 컨설턴트와 훌륭한 사업가, 훌륭한 참모와 훌륭한 장군, 훌륭한 선수와 훌륭한 감독, 훌륭한 세일즈맨과 훌륭한 세일즈팀장은 동일하지 않다. 다른 영역이다. 그런데 같은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전문가 중에서는 본인이 전문가이니 해당 분야 리더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 경기장에서 뛰는 뛰어난 축구선수를 감독에 앉히고는 넌 축구의 최고의 전문가이니 성과를 내보라고 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겠는가? 물론 두 가지 모두를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전문가와 리더의 차이는 무엇인가? 많은 차이가 있지만 내가 가장 큰 차이로 생각하는 것은
'전문가는 자신이 움직이고, 리더는 타인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개 자신이 스스로 뛰어난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구현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는
혼자 일하거나 작은 팀으로 일할 때 효과적이다. 선수, 컨설턴트, 개발자, 운영자, 코치나 연구자로서 적합하다.

그러나 작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수천 명의 큰 조직을 이끌거나 큰 사업을 맡는 것은 다르다. 이런 경우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다른 사람들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이 아무리 똑똑하고 전문성이 풍부하고 유명해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 사람이 ‘진짜 전문가가 아니라서' 실패한 것도, '전문가도 별수 없어서' 실패한 것도 아니라 자리를 잘못 맡겨서 실패한 것이다. 이 차이를 인식하고 전문가가 잘 할 수 있는 규모와 역할을 맡겨야 한다. 그리고 훌륭한 리더로 하여금 그러한 전문가들을 지원하게 해서 그들의 역할을 극대화하게 하면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리더의 자질이 있고 리더가 되고자 하는 전문가들을 리더로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나 국내 기업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훌륭한 리더로 변신해왔다. 이런 리더들은 전문성도 풍부하고 리더로서도 역량이 있는 만큼 본을 보일 수도 있고 실무진들의 업무를 금방 이해할 수 있으며 막힌 부분도 직접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전문지식은 부족하더라도 리더 역할을 잘 할 수 있다. 구성원들과 전문가들이 그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영업을 대신하고 연구를 대신하는 등 구성원들의 일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들을 움직여 그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성과를 창출하게 하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핵심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