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사업이 먹고 보는 것. 미국, 유럽은 상업시설 폐쇄 명령까지 내려지면서 레스토랑, 공연장, 영화관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데 최근 상식을 깨는 아이디어로 위기를 돌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로 베이글 파는 고급 레스토랑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의 배경인 유니온 호수를 끼고 있는 캔리스 레스토랑/사진=캔리스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의 배경인 유니온 호수를 끼고 있는 캔리스 레스토랑/사진=캔리스

시애틀의 고급 레스토랑 캔리스(Canlis). 135달러 코스 요리만 파는 70년 전통의 고급 레스토랑이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배경인 유니온 호수를 내려다보며 식사하려면 1인당 50달러 예약비(보증금)를 걸어야 한다. 

하지만 이곳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없었다. 발길이 끊기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3월 초 마크 캔리스 대표는 115명 직원과 머리를 맞댔다. 그는 한시적으로 유급 휴가, 장기화하면 무급 휴가를 실시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일을 멈추면 생활비가 막막한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사태를 극복하기로 했다.

직원들과 함께 내린 결론은 홀을 폐쇄하는 대신 다른 음식을 판매하는 것. 아침에는 베이글과 샌드위치, 커피를 팔고 점심에는 햄버거 세트와 샐러드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저녁에는 스테이크와 샐러드 도시락을 팔기로 했다. 판매는 모두 테이크아웃과 배달로 하기로 했다. 일주일 만에 주방 등 시스템을 싹 바꿨다.

캔리스에서 현재 판매하고 있는 베이글과 햄버거/사진=캔리스 인스타그램
캔리스에서 현재 판매하고 있는 베이글과 햄버거/사진=캔리스 인스타그램

① 주차장은 드라이브 스루 공간으로
 
이들은 넓은 주차장을 드라이브 스루로 이용하기로 했다. 차들이 줄을 서면 직원들이 다가가 주문을 받은 뒤 음식이 완성되면 가져다준다.

② 모든 직원이 주방 아니면 배달 

전 직원의 역할을 제조, 테이크아웃 대응, 배달 등으로 재조정했다. 홍보담당자도 베이글을 굽기 시작했다. 배달은 홀서빙 직원들이 맡고, 주문은 기존 식당 예약사이트를 통해 받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갓길에서 줄을 선 뒤 주차장에 들어서서도 대기표를 받고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붐볐다. 아침마다 굽는 베이글 500개는 1시간 반이면 다 팔리고, 점심용 햄버거 세트는 매일 1,000인분을 만들고 있다.
캔리스의 드라이브스루는 매일 붐빈다/사진=AFP
캔리스의 드라이브스루는 매일 붐빈다/사진=AFP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연극


샌프란시스코의 연극 공연장인 'A.C.T'는 최근 공연 중인 '글로리아'와 '토니 스톤' 등 2편에 대한 촬영을 마쳤다. 연극 스트리밍 서비스인 '브로드웨이HD'에 올리기 위해서다. 예매해 놓고 관람하지 못한 사람에게 전용 URL을 보내 2주 동안 무료로 감상하게 할 예정이다. 예약자가 아니라도 감상할 수 있는데 월간, 연간 구독으로 운영되는 브로드웨이HD는 이번 사태로 회당 결제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시카고의 '시어터 위트'는 동영상 플랫폼 '비메오'에 연극 영상을 올리고 티켓 소지자에 한 해 1회씩 영상을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 코네티컷의 ‘액트 오브 코네티컷’ 극장은 뮤지컬 배우 등을 초청해 뮤지컬 음악을 들려주는 자선 콘서트를 페이스북 라이브로 진행하고 있다.

연극 업계는 이번 사태가 원작자와 배우들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영화관 ‘패싱’하는 영화





미국 영화 배급사인 유니버셜 픽쳐스는 현재 영화관 상영 중인 '인비저블 맨'과 '더 헌트' 등을 IPTV나 구글플레이 등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할 예정이다. 통상 극장 개봉 영화는 75일 동안 영화관 외에서는 상영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영화관이 문을 닫으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4월 개봉할 '트롤: 월드 투어'는 아예 영화관과 스트리밍 동시 개봉하기로 했다.

이런 시도는 영화 배급사나 영화관 입장에선 관행을 깨는 파격적 시도다. 통상 영화를 제작하면 간격을 두고 영화관 → 주문형 스트리밍 → TV 채널 판매 등으로 단계별로 공급하며 수익을 올린다. 그래서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동안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을 높게 잡아 영화관과 수익을 나누는 등의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제프 쉘 NBC유니버셜 대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영화관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영화관 의무 상영 기간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점점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 레스토랑이 메뉴를 바꿔 배달까지 하고, 연극과 극장상영 중인 영화를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게 된 파격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지만 코로나 이후에도 이 같은 방식이 계속되고 오히려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원하고 편리한 쪽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