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와 리프트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가 탄생한 실리콘밸리. 지명으로 치면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너제이까지다. 이곳에서도 한국의 ‘타다 논쟁’과 같은 택시기사와 플랫폼 사이 갈등이 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다 우버 기사와 우버간의, 즉 플랫폼 소속 운전사와 플랫폼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세계 ‘혁신의 산실’이란 불리는 실리콘밸리는 과연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갈등이 가장 첨예한 샌프란시스코 사례를 소개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단 ‘선(先) 허용, 후(後) 규제’다. 그런데 이 규제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이곳역시 혁신 비즈니스와 기존 비즈니스의 갈등을 풀 해법이 마땅찮아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 우버 이전 샌프란시스코의 택시 현황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되는 택시는 법인택시와 메달리온(medallion)이라는 개인면허를 발급받은 개인택시를 합쳐 약 1,800대(2016년 기준). 이중 개인택시가 1,000여대이다. 개인택시 면허 제도와 관련해선 1978년 시 조례 개정을 전후로 세 가지 시기로 나뉜다. 



① 1978년 이전 

시당국은 택시면허를 7500달러에 발급했다. 면허 수를 제한하는 대신 개인끼리 자유롭게 매매하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면허를 발급받아 비싼 값에 되파는 행위가 성행하면서 면허 가격은 널뛰듯 뛰었다. 


➁ 1978~2010년

시당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78년 시 조례를 개정해 택시면허를 무료로 발급하는 대신 매매를 금지하고 소유권을 시가 가졌다. 60세(현재 65세)가 되면 면허를 반납하도록 했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10~15년을 대기해야 할 정도였다. 


③ 2010년~

하지만 택시기사들이 면허를 만료 때까지 반납하지 않으면서 면허 발급 대기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시 재정도 부족해지면서 시는 2010년 다시 유료 발급을 시작했다. 만료 전 반납하는 기사들에게 20만 달러에 사서 신규 신청자에게 25만 달러에 판매한 것이다. 1,000여명 개인택시 가운데 700여 명이 이렇게 해서 면허를 구입한 사람들이다. 대신 신규 발급을 중단해 공급량을 철저하게 조절했다. 택시기사들의 지대(기득권)을 인정해준 셈이다. 지금도 샌프란시스코에선 개인끼리 면허 매매가 금지돼 있다. 한마디로 우버 등장 이전의 샌프란시스코 택시시장은 공급이 제한된 공급자 위주 시장이었던 셈이다.  



◇ 주정부는 새로운 법으로 승차공유 서비스 허용 


택시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이 제한되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승차공유업체가 등장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샬러컨설팅그룹은 2018년 5월 샌프란시스코 택시산업 보고서에서 "지난 수십 년간 샌프란시스코 택시시장은 (공급자 입장에서) 아주 좋았지만 늘어나는 고객 수요를 만족시키진 못했다"며 "이결과 우버와 리프트 같은 업체들이 등장했고 택시산업을 위기에 빠뜨렸다"고 분석했다. 우버가 창업된 게 2009년, 리프트는 2012년이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13년 이들 승차공유업체를 택시 사업과는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해 합법화했다. 교통네트워크회사(TNC·Transportation Network Company)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법규로 제정했다. 기존 택시업과는 신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TNC 허가를 받으려면 1000달러 초기 등록비와 100달러 연회비,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총수입의 0.33%를 납부하면 된다. 우버와 리프트 등은 모두 TNC 라이선스를 발급 받아 영업을 하고 있다. TNC는 개인 차량 운전자와 승객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개하는 기업 또는 단체를 뜻한다. 그래서 우버 운전자는 자신의 차량으로 운행을 하거나 아니면 우버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렌트카 업체를 통해 빌려서 운행하고 있다.  



◇ 택시기사와 플랫폼의 충돌 : 해법이 안 보이는 상황   


하지만 기존의 대부분 택시기사들은 수년간 기다려 25만 달러라는 거금을 내고 면허를 취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굳이 면허가 없어도 승차공유 운전자로 일할 수 있게 되면서 택시기사들의 반발이 커졌다. 20만 달러에 매입해 25만 달러에 판매한다는 시당국의 택시 제도도 유명무실화됐다. 택시면허를 사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시에서는 지난 2년간 택시 면허 거래 건수가 0건이다. 


이 때문에 택시기사들의 시위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이어졌다. 25만 달러에 면허를 살 때 이들 대부분은 대출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정부도, 시당국도 승차공유서비스를 TNC로 합법화한 이상 이렇다할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당국은 ① 2010년 이후 25만 달러에 면허를 산 기사들에게 공항 단독 영업 권리 부여 ➁ 기업의 면허 매입을 허용(뉴욕의 경우 TNC의 운행대수를 제한하고 있어 샌프란시스코가 이를 도입할 경우 TNC가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 등의 안을 내놓고 있지만 택시기사들은 모두 거부한 상황이다. 


반면 샌프란시스코 택시노동연맹은 ① 25만 달러 환불 조치 ➁ 택시면허를 기업, 투자자가 아닌 실제 영업하는 택시기사에게만 발급할 것 ③우버와 리프트에 대해 (운행대수 제한 등) 규제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시당국과 접점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택시면허 재매입비용이 1억6,100만 달러(1,899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재매입은 시 재정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25만 달러 면허매입 당시 기사들에게 융자를 제공한 샌프란시스코연방신용조합은 면허 가격이 25만 달러 밑으로 떨어질 경우 시에서 이를 되사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시당국을 고소까지 한 상태다. 


2016년 2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우버 본사 앞에서 우버 운전자들이 회사의 운행요금 삭감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 승차공유 운전사와 플랫폼의 충돌 : 주정부는 플랫폼 규제로 방향전환  


최근에는 우버와 리프트 운전자들의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우버는 운전자로부터 기본요금(2.4달러)와 전체요금의 2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수수료율이 사업초기 10%대에서 계속 오르고 있다. 단거리 운행일 경우 수수료 비중이 55%에 달한다.  


더욱이 근로자가 아니라 사실상 자영업자인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로 계약했기 때문에 우버는 운전사들에 대해 보험, 최저임금 등 아무런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는다. 그래서 운전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임금 보장, 수수료 상한제, 보상체계 투명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5월 캘리포니아 주 의회 하원이 ‘AB5’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대파란을 예고했다. 법안에 따르면 기업이 독립계약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피고용인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A. 기업의 통제나 지시를 받지 않는다. B. 기업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C. 업계에서 독립적인 사업을 영위한다. 


승차공유 운전자들의 경우 우버의 핵심 업무를 플랫폼 안에서 한다는 점에서 특히 B, C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독립계약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우버 등은 운전자들과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최저임금, 초과수당, 연차, 고용보험 등을 보장해야 한다. 승차공유뿐만 아니라 ‘긱(gig) 이코노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오리건 주와 워싱턴 주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긱 노동자 보호법은 일종의 미개척지"라며 "필라델피아 주는 캘리포니아 주의 결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