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언제 올까?

유경상의 인공지능 견문록②

필자 유경상은 구글 코리아에서 소비자 마케팅 총괄 업무를 했다. 이후 구글 아시아·태평양 지부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했고, 다시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구글의 차세대 광고상품인 'AdWords Express'의 글로벌 전략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현재 SK플래닛에서 Biz혁신실장을 맡아 전사 전략 및 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혁신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리더를 선정해 수상하는 아이젠하워 펠로우쉽에 한국을 대표하여 선정되었다. 아이젠하워 재단의 초청으로 ‘인공지능이 경제/사회/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2017년 4~5월 두 달 간 뉴욕, 시카고, LA, 워싱턴DC 등 11개 도시를 방문해 100여 명의 정부 및 학계, 기업의 리더와 전문가를 만나고 돌아왔다. 이 글은 그 탐방 보고이다.


인공지능이 가져다 줄 변화의 시점에 대해 논의하던 중 한 연구자는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보여주었다.


국제 에너지 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세계에너지전망(WEO) 보고서에 나오는 그래프인데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량 예측과 실제 생산된 전력량을 보여준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은 매번 WEO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과거의 트렌드를 바탕으로 미래를 선형적으로 예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적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은 언제나 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예측을 뛰어넘게 된다. 인공지능 역시 이러한 기술 중 하나라는 이야기였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적용될 것이라는 의견에 크게 두 가지 근거를 댄다.

첫 번째, 인공지능의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바이두 등 IT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빠르게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의 기술이 더 많은 곳에서 활용됨으로써 이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물론 자신의 기술을 표준화하여 인공지능 시대의 기술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이런 IT기업들의 경쟁적인 오픈 플랫폼 노력 덕분에 모든 기업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처음부터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대신 인공지능 기술을 자신의 사업에 어떻게 적용할지 집중해 고민하면 된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적용되고 활용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사진=Pixabay

두 번째, 인공지능의 적용이 보이지 않는 산업 영역에 먼저 적용된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등장은 우리 일상을 크게 바꾸었다. 다만 우리가 이 변화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것보다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것에 익숙해지기에도 시간이 걸렸으며 전화나 문자 대신 메신저로 이야기하는 것에도 역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적용한 서비스나 제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이 그대로이지만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뛰어난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행동 방식의 적응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다른 기술에 비해 보다 빠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만 해도 인공지능이 고객의 구매행태를 파악해 상품을 추천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우리가 아마존에 접속해 물건을 사는 행위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대대적인 변화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관련한 전문가의 부족을 지적한다.

인공지능을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실리콘밸리 기술기업에서는 엔지니어들을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첫 번째, 다양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집단.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인공지능 핵심 영역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기술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표준화시키기 위해 오픈 플랫폼화하고 있다.

이런 연구를 위해서는 컴퓨터공학, 통계학, 수학에 박사급의 지식과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 경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연구자들을 쉽게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인공지능 원천 기술의 개발을 주도하려는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들에서는 이러한 연구자들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인재 영입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두 번째, 다양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실제 사업에 적용해 본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 이런 엔지니어들은 수많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사업의 특성에 따라 어떠한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것이 좋은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실제 인공지능을 사업에 적용하기 위해 어떠한 데이터가 필요하며, 어떠한 구조로 데이터를 가공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최적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아직 인공지능의 본격적 사업적용이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이런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양한 산업에서 이러한 경험 많은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세 번째, 일반적인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엔지니어. 그동안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 이에 기반한 수많은 사업과 서비스의 등장으로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은 꿈의 직업으로 불리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그 위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직접 만나 보았던 구글과 페이스북의 경영진들은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의 활용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엔지니어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한때 각광받던 직업인 데이터분석가의 위상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데이터분석은 데이터에 질서를 부여하고 인사이트를 얻는 작업을 한다. 최종 소비자를 상정하고 의사결정을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인간에게 보여줄 필요가 줄어든다. 기계가 이해해서 기계가 결정하는 것이 머신러닝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시각화와 분석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변화 속도는 이렇게 빠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기술기업들이 핵심 인공지능 기술을 오픈 플랫폼화하고 있기 때문에 첫 번째 그룹의 엔지니어들이 부족한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다만, 이러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두 번째 그룹의 엔지니어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은 자신들의 사업영역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제 적용을 하더라도 그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래서 앞으로 엔지니어들을 판가름 하는 기준은 인공지능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이러한 인력 문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인공지능은 일부 기술기업들을 위한 기술일 뿐, 산업 전 영역에 확대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문제가 인공지능의 적용을 지연시킬 수는 있겠지만 이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회사들이 그들의 알고리즘을 사업에 보다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해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 대중화의 노력과 전문가들의 경험이 쌓이고 누적되고 공유되면서 조만간 인공지능은 다양한 영역에 폭발적으로 적용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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